2008. 5. 13. 23:03
가고 싶은 곳

고           은

30년 전
가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백만분의 일 세계지도 모든 곳에
내가 가 있었습니다.
20년 전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옥방 철망 사이로
푸른 하늘은 돌아쳐 나의 길이었습니다.

그동안 몇군데는 터벅터벅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군데는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내가 이 세상 그만두어버린 뒤
내가 가고 싶은 그곳들이
누군가를 내내 기다릴 것입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지는 꽃
지는 꽃 저녁 가슴 여며 눈감았습니다.

                             


고은, 두고 온시, 창작과 비평사, 2005, p81

                             

내 마음을 대변하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고은의 시!!

산 속 깊은 맑은 곳에서
샘 솟은 샘물같았다.
청량했다.

나도 30년 후에 내가 가고 싶은 곳에
터벅 터벅 걸어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그 분의 길을 꾸준히 걷고 싶다.
그리고 몇 군데는 남겨두고
그곳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게
그렇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터벅 터벅.
한 걸음
두 걸음

한 걸음
두 걸음

한 걸음
두 걸음

한 걸음
두 걸음




Posted by 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