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배고픈 하이에나의 먹이감
결혼 준비를 앞둔 친구왈.
“데이트겸 웨딩박람회 한번 가봐. 사은품 엄청줘”
그 말에 웨딩박람회에 갔다.
선착순사은품이라는 말에 강남 모 호텔로 일찍 갔다.
아침일찍이라, 사람도 없었다.
부스는 다양했다. 재무, 한복, 보석, 여행사, 피부관리, 페백, 드레스... 박람회장 들어가자 마자 여러명이 달라붙었다. 참 당황스러웠다.
예약해 둔 웨닝플래너를 먼저 만났다. 우리는 결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결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웨딩 플래너 분은 친절하셨고, 도와주는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그 분 앞에 먹이감이었다. 자신과 함께 예약하면, 할인이 된단다. 자기 자신은 단골이라 결혼 업체들도 친절한데, 개인으로 가면 한번하고 끝나니 친절할 수가 없단다. 사기도 있다고 한다. 어차피 나는 스드메는 안할 생각이니, 이 분에 도움이 그리 필요할 것 같지 않다. 다양한 정보를 배우긴 했다.
예물, 신혼여행, 예복, 피부까지 코너별로 상담받았다. 다 내 관심밖이었다. 상담이라는 전제하에 영혼이 털리는 기분이었다.
신혼여행지는 내가 거의 가 본 곳들이라, 몰디브빼고는 갈만한 상품이 없었다. 차라리 내가 호텔이랑 비행기들 알아보는게 좋을듯했다. 하와이도 내가 부모님이랑 엄청 싸게갔다.
예복을 상담할 때, U가 약간 솔깃해보였다.
피부관리는 내가 너무 관리를 안한다며 혼났다. 그래서 해 볼까 솔깃했다.
한 곳 상담끝나면,
여기저기서 달라붙는다.
마치 나는 배고픈 하이에나에 먹이감같은 느낌이었다.
왜 이리 결혼시장이 상업화되었을까?
“일생의 한 번 뿐”이라는 명목하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쓸까?
사은품 받아서 기뻤던 U였다. 돈에 예민한 U지만, 웨딩박람화에서 영혼털리는게 싫어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이렇게 힘겹게 정보를 모아서 결혼한다는게 이상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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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박람회 참석 후, 내가 원하는 결혼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반지는 만들고, 헤어 메이크업은 아시는 분 섭외해서, 촬영도... 웨딩홀은 내가 원하는 곳을 알아보기로... 다행히 U도 쓸데없는데 돈 쓰는 건 싫어했다.
친구 촬영하는데 갔는데, 하루종일 사진찍는게 고문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되도록 스스로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U는 다양한 박람회를 갔던 터였다. 영혼이 털리는 걸 알고 있었다 했다. 나는 박람회도 웨딩박람회도 처음이었다. 웨딩 산업이 촘촘하게 나눠있다는 걸 알았다.
웨딩박람회를 통해, 영혼이 털리면서 결혼에 대해 배웠다.
결혼의 의미 보다는 보이는 게 중요한 세상이구나! 나에겐 의미를 놓치지 말고, 해야겠구나!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결혼식은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예배가 더 중요하다. 사실 드레스, 밥, 한복 이런게 뭐가 중요해서, 이리 돈을 쓸까?
나는 U와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우리의 색으로 살아내겠어. 순간 순간의 의미들과 행복을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