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 01:41

욕하고 싶은 반지

사건1) M커플의 결혼
캐나다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결혼했다.
집들이 후, 친구는 자존심이 확 상하고 이게 머냐고 이야기를 했다. 약혼 전에 반지를 사러갔는데, 점원이 살살 꼬셨다고 했다.

“월급 두달치 정도가 약혼반지고,
연봉이 결혼반지예요.
알고 계시죠.”

그 친구들은 그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반지라고 표현했다.

사건2) 아동 노동 착취 수업 쉬는 시간
친한 친구L과 대화

콩고의 다이아몬드 노동착취에 관한 수업이었다. 쉬는시간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아동노동착취 다큐를 보았다.
“은기야 나는 다이아몬드는 꼭 끼고 싶었어. 근데 도저히 못 끼겠네. 사실 금도...”
“나는 원래 관심은 없어서 괜찮을 것 같아. 진짜 우리 다이아몬드만큼은 피하자.”

우리가 그렇게 열광하는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살펴보자. 아프리카 내에 광물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되는 사업이다. 돈을 더 벌고 싶은 사람은 노동착취를 통해 이윤을 남긴다.




나는 보석에 관심이 없다.
미국 어학연수 시절 송별파티를 하는데, 미국 할머니들이 몇 분이 보석 선물을 해 주셨다. 캐다다 사람들도 그랬다.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은기야 너가 보석을 좋아하지 않는 거 알아. 그래도 때때로 할 일이 있을때 날 기억하며 해 주렴.”

소중히 잘 간직만 한다.

그렇게 배웠다. 비싸지 않더라도 보석 선물은 잘 간직하게 되는게 맞다.



U와의 만남을 하고, 결혼을 생각할 쯤이었다. 반지만큼은 의미있게 하고 싶었다. 은반지 만들기를 하러 가서 끼고 싶었다. 일본 친구가 그렇게 결혼반지를 했다는게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U는 은반지는 변색이나 모양도 변하니 이왕이면 금으로 하자고 했다.
1주년 기념으로 커플링을 맞췄고, 이게 서로에게 주는 결혼반지로 하자고 했다. 더치페이로 반지를 하자고 했기에 쿨하게 그리 했다.

대학가 반지만드는 곳에 가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별로없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비쌌다. 어설픈 큐빅이 이상했다. 그런데 그 만큼 금이 안들어가, 더 싸다는 것이다. 갑자기 큰 돈이 나간다니 둘은 후덜덜...
막상 이곳저곳 비교해보지 못한 것 같아서,춥고 비오는 날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보석 친구에게 견적받은 이야기도 해보았다. 옆에 백화점도 가서 비교하고, 보석가게도 가봤다.

한 시간 고민하다가, 만들기로 했다.

광내고 모양만들고...
생각보다 광도 안나고, 힘들었다.

마무리는 사장님이 해 주셨다.


모양만들기 작업 중

 

완성 사진


제안은 내가 했는데, U가 열심히 만들었다.

사실 약간의 기스도 있고 모양이 균일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모양이 우리 추억이 있어 소중하다.

나도 L브랜드 반지가 예쁘기는 하지만, 그 돈 주고 끼는 건 못하겠다.

왜 이리 웨딩, 커플 시장의 보석들이 비싼지 모르겠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징표정도의 의미를 두면 되지 않을까?

웨딩라인은 비싸고 화려한 건 정도 안간다. 연봉과 반지 규칙을 말하던 M이 말했다. F****** Ring 세상이다.

U도 회사 동료들이 14K반지로 결혼반지를 대신하냐고 잔소리를 들었단다. 반지가 남자의 자존심처럼 말하는게 우습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지만, 그 돈의 양이 담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비싼 보석을 선물받아야 사랑을 확인하는게 아니다.

그 사람이 진정 좋아할게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기쁘게 할 물건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그 과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론 브랜드과 비싼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좋아하는 보석이 누군가에게 노동착취 된 물건이라는 것을!

나는 내 삶!
내 마음이 빛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반지를 열심히 만들어 준 U에게 고맙다.

Posted by 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