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 11:42

부재: 배고픈 하이에나의 먹이감

결혼 준비를 앞둔 친구왈.

“데이트겸 웨딩박람회 한번 가봐. 사은품 엄청줘”

그 말에 웨딩박람회에 갔다.

선착순사은품이라는 말에 강남 모 호텔로 일찍 갔다.
아침일찍이라, 사람도 없었다.

부스는 다양했다. 재무, 한복, 보석, 여행사, 피부관리, 페백, 드레스... 박람회장 들어가자 마자 여러명이 달라붙었다. 참 당황스러웠다.

예약해 둔 웨닝플래너를 먼저 만났다. 우리는 결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결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웨딩 플래너 분은 친절하셨고, 도와주는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그 분 앞에 먹이감이었다. 자신과 함께 예약하면, 할인이 된단다. 자기 자신은 단골이라 결혼 업체들도 친절한데, 개인으로 가면 한번하고 끝나니 친절할 수가 없단다. 사기도 있다고 한다. 어차피 나는 스드메는 안할 생각이니, 이 분에 도움이 그리 필요할 것 같지 않다. 다양한 정보를 배우긴 했다.

예물, 신혼여행, 예복, 피부까지 코너별로 상담받았다. 다 내 관심밖이었다. 상담이라는 전제하에 영혼이 털리는 기분이었다.

신혼여행지는 내가 거의 가 본 곳들이라, 몰디브빼고는 갈만한 상품이 없었다. 차라리 내가 호텔이랑 비행기들 알아보는게 좋을듯했다. 하와이도 내가 부모님이랑 엄청 싸게갔다.

예복을 상담할 때, U가 약간 솔깃해보였다.
피부관리는 내가 너무 관리를 안한다며 혼났다. 그래서 해 볼까 솔깃했다.

한 곳 상담끝나면,
여기저기서 달라붙는다.

마치 나는 배고픈 하이에나에 먹이감같은 느낌이었다.

왜 이리 결혼시장이 상업화되었을까?

“일생의 한 번 뿐”이라는 명목하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쓸까?

사은품 받아서 기뻤던 U였다. 돈에 예민한 U지만, 웨딩박람화에서 영혼털리는게 싫어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이렇게 힘겹게 정보를 모아서 결혼한다는게 이상하게 다가왔다.

필립스 토스트기와 전자렌지 용기 그릇세트를 받고


웨딩박람회 참석 후, 내가 원하는 결혼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반지는 만들고, 헤어 메이크업은 아시는 분 섭외해서, 촬영도... 웨딩홀은 내가 원하는 곳을 알아보기로... 다행히 U도 쓸데없는데 돈 쓰는 건 싫어했다.

친구 촬영하는데 갔는데, 하루종일 사진찍는게 고문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되도록 스스로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U는 다양한 박람회를 갔던 터였다. 영혼이 털리는 걸 알고 있었다 했다. 나는 박람회도 웨딩박람회도 처음이었다. 웨딩 산업이 촘촘하게 나눠있다는 걸 알았다.

웨딩박람회를 통해, 영혼이 털리면서 결혼에 대해 배웠다.

결혼의 의미 보다는 보이는 게 중요한 세상이구나! 나에겐 의미를 놓치지 말고, 해야겠구나!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결혼식은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예배가 더 중요하다. 사실 드레스, 밥, 한복 이런게 뭐가 중요해서, 이리 돈을 쓸까?

나는 U와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우리의 색으로 살아내겠어. 순간 순간의 의미들과 행복을 기억하면서...

Posted by 은기